미니멀북리뷰

먹고산다는 것에 대하여/이나가키 에미코

김셋셋 2023. 10. 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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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가 없으니 식료품을 쟁여두거나 음식을 만들어둘 수도 없고, 요리 도구가 없으니 만들 수 있는 요리도 한정되어 있지만 저자는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먹으며 자유를 느꼈다. 밥, 된장국, 채소 절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식재료에 따라 모양도 맛도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원 패턴 밥상 속에 무한한 자유의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p9

돈만 있으면 두 발 뻗고 속 편하게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결국 아무리 많아도 한심할 수 없는 게 돈이다. 그러니 '돈을 모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라는 건 허황된 꿈이다.

...

날 자유롭게 해 준 건 돈도 아니고 자산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도 아니었다.

바로 '요리'였다.

 

p10

요즘 나의 식생활에 대해 쉽게 정리하면 이런 식이다.

요리 시간 10분

한 끼당 식재료비 200엔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이 필요하지도 않다.

메뉴가 똑같기 때문에 '오늘 뭐 먹지?'고민할 필요도 없고,

미리 만들어둘 필요도 없다.

 

p11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그것들이 비싼 돈을 들여야만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 뒤늦게야 깨달았다.

 

p60

이렇게 사흘에 한번 오는 '햇밥 날',나의 점심시간은 똑같은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오늘 뭐 만들지?'하고 고민하는 일이 깨끗이 사라졌다.

행복이란 의외로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

 

p88

다시 말하지만 이나가 미식 된장국의 핵심은 '말린 채소'를 넣는 데 있다.

냉장고가 없는 터라 마은 채소를 보관할 주요 수단이 건조이기 때문에 베란다에서 말린 채소가 사시사철 이십사 시간 대기하고 있다. 베란다에서 적당히 집어와 국그릇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대견하리만치 우등생이다

 

p101~102

언니는 프랑스에서는 '감자와 당근과 양파'만으로 살아야지 생각하면, 돈이 많지 않아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고 했다. 이 세 가지 채소가 굉장히 싸다는 말이었다. 구체적인 가격은 잊어버렸지만 잔돈을 아주 조금만 지불하면 두 손으로 감싸 안아야 할 만큼 많은 감자를 건네받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세 가지는 모두 '포토푀'의 재료다. 아, 그 프랑스 스튜 요리가 원래는 '가난한' 요리였구나. 그런 재료로 그렇게 세련된 요리가 만들어지다니.

돈이 없어도 세련되게 살아갈 수 있다.

 

p120

이렇게 밥상을 차리면 돈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농담이 아니다. 단순한 메뉴를 즐기고 내가 만드는 집밥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호화로운 외식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문득, 지갑에 지폐가 며칠을 먹고 사는 나를 발전한다.

대체 한 끼에 얼마가 드는 거야?

오, 200엔이면 충분히 먹고도 남는다.

 

p202

매일 쓰는 조미료는 기본적으로 소금, 간장, 된장뿐. 그러자 전용 레일 선반까지 구입해 꽉꽉 채웠던 조미료 공간이 텅 비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단순히 부엌이 깔끔해졌다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요리가 엄청 편하다.

 

p209

그래서 난생처음 조미료 처분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줄이고 줄이다가 결국 남은 것이 바로 '소금, 간장, 된장'이었다.

놀랍게도, 어떤 요리든 이 세 가지로 충분했다.

 

p216

그런데 말이 수제지, 금 말이 머쓱해질 만큼 간단한 것이 바로 이 폰즈다.

빈병에 감귤류 과즙을 반쯤 넣고 그 위에 간장을 반반씩, 그리고 다시마를 잘라 넣는다.

이것으로 완성이다.

 

p220

나는 용기를 내어 기름을 두 종류로 한정해 쓰기로 했다.

바로 '올리브유'와 '참기름'이다

 

p238

요리는 가급적 단순하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비슷비슷한 음식을 매일 먹는다.

나는 어느덧 그것이 가장 편안하다는 것을 느낀다.

 

p239

풍성한 삶이란, 보다 많은 것, 보다 비싼 것을 갖는 삶이 아니다. 쓸 수 있을 만큼 갖추고, 그것들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가며 '더불어'사는 삶이다.

 

p260

자립한다는 것. 자신의 발로 선다는 것.

그것은 힘들지만, 누구나 동경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무슨 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내 힘으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자유고,그것이야말로 멋있는 일이다.



심플하고 소박하게 먹는 것, 그것이 최고다!!




먹고사는 일은

고단하거나 복잡해서는 안 된다.

단순하도 행복한 일이어야 한다.